<직업 전선> 에서
송승언
어부
그물 걷는 날이라 낚싯배 끌고 나갔지. 채비도 살피고 별신굿도 드렸지. 하늘 화창하고 풍랑도 잔잔해 가슴이두근두근한 거라. 그물 걷어 올렸는데 뭣이고. 고기는 한 마리도 없고 뭔 해골바가지 하나 걸려 있는 거 아니겠나. 와, 나 황당해서 던져버리려는데 가만히 보니 해골 두상이 제법 잘생겨 보인다. 뭔가 익숙하고 그립고어디선가 본 듯한 두상. 나어린 꼬마가 대문 앞에서 손 흔드는 거 뒤로한 채 바다로 영영 떠난 아버지의 마지막 뒤통수. 맞나. 아버지 맞나. 해골 니가 내 아버지가. 내 아버지였던 무엇이가.
펀드 매니저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여기는 빌딩 옥상입니다. 고객님의 소중한 자산은 고객님의 전부입니다. 저는 한 사람의 전부를 파괴시킬 수 있는 가능성의 열매입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여기는 사무실입니다. 증시판에서 수직 하강 중인 화살표가 가리키는 것은 갈 곳 잃은 자신에 관한 존재론적 출구입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여기는 뉴욕의 한 호텔입니다. 부는 행복과 상관이 없다는 증명에 의해 또한 부가행복임이 증거 됩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여기는 강을 건너는 철교입니다.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공포와 교차합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여기는 뜨거운 맥주 통 안입니다. 망가진 것들을 복구하려는 노력과 회생에 대한 의지가 최고조에 다다르는 순간에 번개처럼 내려치는 판결의 두 이름은 불가능과 무의미입니다. 이 지울 수 없는 이름들이 죽음의 혁명적 속성을 나타냅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여기는 지중해의 휴양지입니다. 인생은 고통입니다. 인생은 죽음을 향해 전진하는공포의 행군입니다. 그러한 여정 길에서 돈은 진통제입니다. 그러나 자살하면 고통도 없습니다. 진통제도 더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묘지기(공원의)
나를 공원 관리인이라고 ‘부드럽게’ 불러도 상관은 없지만, 나는 묘지기라고 불리는 쪽을 더 선호한다. 나는시신이 묻힌 땅을 관리하며 산다. 죽음을 통해 밥벌이를 하는 여러 직업인 중 하나인 셈이다. 우리 가문에 죽음의 향기를 사랑하는 피가 흐르기라도 하는 것일까? 내 선조 중에도 묘지기가 여럿 있었다. 그들은 주로 다른 가문의 선영(先塋)을 관리하는 대가로 마련된 위토답(位土畓)을 소작하며 살았다.
유명인의 무덤 하나 없는 이 공원은 늘 조용하다. 가끔 늙은 산책자들이 보일 뿐, 헌화하러 오는 사람도거의 없다. 대부분 가족 없는 묘이거나, 그나마 있던 가족도 더는 없는 오래된 묘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과거와 단절된 시간 속에 자리한 이 묘들을 보면서 내게 오는 미래를 감각한다. 그리고 이 감각에서 친연성을 느낀다.
묘지기(우주의)
항성을 관리하는 나의 노동과
죽은 별들을 돌보는 묘지기라는 나의 생각은
얼마만큼이나 먼 것인지요
나무와 나무 사이만큼? 아니면
별과 별 사이만큼?
폭발을 거친 뒤
사라진 별들
죽은 별의 부스러기들
쥐고 있다가
잃어버린 별자리의 순례자들이 나를 찾아오면
울고 있는 그것들
손 펼쳐 보여줍니다
수백만 광년 동안의 조난 기록입니다
나는 압니다,
다 알아요
당신도 다 알지요
인간의 관점에서 우리는
무한합니다
우리는 누구입니까
왜?
왜?
그물 걷는 날이라 낚싯배 끌고 나갔지. 채비도 살피고 별신굿도 드렸지. 하늘 화창하고 풍랑도 잔잔해 가슴이두근두근한 거라. 그물 걷어 올렸는데 뭣이고. 고기는 한 마리도 없고 뭔 해골바가지 하나 걸려 있는 거 아니겠나. 와, 나 황당해서 던져버리려는데 가만히 보니 해골 두상이 제법 잘생겨 보인다. 뭔가 익숙하고 그립고어디선가 본 듯한 두상. 나어린 꼬마가 대문 앞에서 손 흔드는 거 뒤로한 채 바다로 영영 떠난 아버지의 마지막 뒤통수. 맞나. 아버지 맞나. 해골 니가 내 아버지가. 내 아버지였던 무엇이가.
펀드 매니저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여기는 빌딩 옥상입니다. 고객님의 소중한 자산은 고객님의 전부입니다. 저는 한 사람의 전부를 파괴시킬 수 있는 가능성의 열매입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여기는 사무실입니다. 증시판에서 수직 하강 중인 화살표가 가리키는 것은 갈 곳 잃은 자신에 관한 존재론적 출구입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여기는 뉴욕의 한 호텔입니다. 부는 행복과 상관이 없다는 증명에 의해 또한 부가행복임이 증거 됩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여기는 강을 건너는 철교입니다.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공포와 교차합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여기는 뜨거운 맥주 통 안입니다. 망가진 것들을 복구하려는 노력과 회생에 대한 의지가 최고조에 다다르는 순간에 번개처럼 내려치는 판결의 두 이름은 불가능과 무의미입니다. 이 지울 수 없는 이름들이 죽음의 혁명적 속성을 나타냅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여기는 지중해의 휴양지입니다. 인생은 고통입니다. 인생은 죽음을 향해 전진하는공포의 행군입니다. 그러한 여정 길에서 돈은 진통제입니다. 그러나 자살하면 고통도 없습니다. 진통제도 더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묘지기(공원의)
나를 공원 관리인이라고 ‘부드럽게’ 불러도 상관은 없지만, 나는 묘지기라고 불리는 쪽을 더 선호한다. 나는시신이 묻힌 땅을 관리하며 산다. 죽음을 통해 밥벌이를 하는 여러 직업인 중 하나인 셈이다. 우리 가문에 죽음의 향기를 사랑하는 피가 흐르기라도 하는 것일까? 내 선조 중에도 묘지기가 여럿 있었다. 그들은 주로 다른 가문의 선영(先塋)을 관리하는 대가로 마련된 위토답(位土畓)을 소작하며 살았다.
유명인의 무덤 하나 없는 이 공원은 늘 조용하다. 가끔 늙은 산책자들이 보일 뿐, 헌화하러 오는 사람도거의 없다. 대부분 가족 없는 묘이거나, 그나마 있던 가족도 더는 없는 오래된 묘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과거와 단절된 시간 속에 자리한 이 묘들을 보면서 내게 오는 미래를 감각한다. 그리고 이 감각에서 친연성을 느낀다.
묘지기(우주의)
항성을 관리하는 나의 노동과
죽은 별들을 돌보는 묘지기라는 나의 생각은
얼마만큼이나 먼 것인지요
나무와 나무 사이만큼? 아니면
별과 별 사이만큼?
폭발을 거친 뒤
사라진 별들
죽은 별의 부스러기들
쥐고 있다가
잃어버린 별자리의 순례자들이 나를 찾아오면
울고 있는 그것들
손 펼쳐 보여줍니다
수백만 광년 동안의 조난 기록입니다
나는 압니다,
다 알아요
당신도 다 알지요
인간의 관점에서 우리는
무한합니다
우리는 누구입니까
왜?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