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편의 시

장옥관

노래의 눈썹
 
새의 발가락보다 더 가난한 게 어디 있으랴
 
지푸라기보다 더 가는 발가락
햇살 움켜쥐고 나뭇가지에 얹혀 있다
 
나무의 눈썹이 되어 나무의 얼굴을 완성하고 있다
노래의 눈썹, 노래로 완성하는 새의 있음
 
배고픈 오후,
허기 속으로 새는 날아가고 가난하여 맑아지는 하늘
 
가는 발가락 감추고 날아간 새의 자취
쫓으며 내 눈동자는 새의 메아리로 번져나간다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달의 테두리를 따라 돌았다
이지러질 때도 있었고 배꽃 이우는 밤도 있었다 돌의 그늘 속에서 너는 문득 차가웠다 물에 갇힌 눈이라고 말하진 않겠다 호수를 그득 채운 눈동자라고도 하지 않겠다
아픈 몸이라고,
아파서 매화가 핀 것이라고 누가 일러줬다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리는 희미한 향기
따라 걸었다 꽃만 혼자 걸어왔다
어금니에서 희미한 건초 향기가 배어났다
은결 든 물고랑으로 길게 뻗은
 
아득하게 휜 길이었다



흰 빛 하나
  
오키나와 해변에서 흰 빛 하나를 주웠다 도무지 하양이라 부를 수 없는 하양이었다
당신은 이게 바다의 뼈라고 일러주었다
 
일렁이는 거품이 굳어 생긴 것이라 했다
눈물이 끓어 굳은 것이라
했다 그 열대의 빛에 눈먼 나는 감정도 때론 만질 수 있다는 걸 비로소 알았다
 
하지만 그 빛 아래선 무엇이든 다 휘발된다는 걸
밝을수록 더 어둡다는 걸
물이 얼마나 딱딱한지 위험한지 찔려본 사람만 안다는 걸
비로소 알았다 당신 떠나고
 
사탕수수 이파리 검은 물 아래
축축하고 어두운 골짜기
헤매던 짐승 흰 뼈 하나로 여기 누웠는가 싶었다
 
눈부신 시간의 뼈
일렁대며
생멸, 생멸,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