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도

이상

시제9호 총구

매일같이열풍이불더니드디어내허리에큼직한손이와닿는다.
황홀한지문골짜기로내땀내가스며드자마자쏘아라. 쏘으리로다.
나는내소화기관에묵직한총신을느끼고내다물은입에매끈매끈한총구를느낀다.
그리더니나는총쏘으드키눈을감으며한방총탄대신에나는참나의입으로무엇을내어배앝았더냐.




시제10호 나비

찢어진벽지에죽어가는나비를본다.
그것은유계에낙역되는비밀한통화구다.어느날거울가운데의수염에죽어가는나비를본다.
날개축처어진나비는입김에어리는가난한이슬을먹는다.
통화구를손바닥으로꼭막으면서내가죽으면앉았다일어서드키나비도날아가리라.
이런말이결코밖으로새어나가지는않게한다.




시제11호

그사기컵은내해골과흡사하다.
내가그컵을손으로꼭쥐었을때내팔에서는난데없는팔하나가접목처럼돋히더니그팔에달린
손은그사기컵을번쩍들어마룻바닥에메어부딪는다.내팔은그사기컵을사수하고있으니산
산이깨어진것은그럼그사기컵과흡사한내해골이다.
가지났던팔은배암과같이내팔로기어들기전에내팔이혹움직였던들홍수를막은백지는찢어
졌으리라. 그러나내팔은여전히그사기컵을사수한다.




시제12호

때묻은빨래조각이한뭉텅이공중으로날아떨어진다. 그것은흰비둘기의떼다.
이손바닥만한한조각하늘저편에전쟁이끝나고평화가왔다는선전이다.
한무더기비둘기의떼가깃에묻은때를씻는다.
이손바닥만한하늘이편에방망이로흰비둘기의떼를때려죽이는불결한전쟁이시작된다.
공기에숯검정이가지저분하게묻으면흰비둘기의떼는또한번이손바닥만한하늘저편으로날아간다.




시제13호

내팔이면도칼을 든채로끊어져떨어졌다. 자세히보면무엇에몹시
위협당하는것처럼새파랗다.
이렇게하여잃어버린내두개팔을나는 촉대세움으로내 방안에장식하여놓았다.
팔은죽어서도 오히려나에게겁을내이는것만같다.
나는이런얇다란예의를화초분보다도사랑스레여긴다.




시제14호

고성앞에풀밭이있고풀밭위에나는내모자를벗어놓았다.
성위에서나는내기억에꽤무거운돌을매어달아서는내힘과거리껏팔매질쳤다.
포물선을역행하는역사의슬픈울음소리.
문득성밑내모자곁에한사람의걸인이장승과같이서있는것을내려다보았다.
걸인은성밑에서오히려내위에있다. 혹은종합된역사의망령인가.
공중을향하여놓인내모자의깊이는절박한하늘을부른다.
별안간걸인은율률한풍채를허리굽혀한개의돌을내모자속에치뜨려넣는다.
나는벌써기절하였다. 심장이두개골속으로옮겨가는지도가보인다.
싸늘한손이내이마에닿는다.
내이마에는싸늘한손자국이낙인되어언제까지지워지지않았다.




시제15호

1
나는거울없는실내에있다. 거울속의나는역시외출중이다.
나는지금거울속의나를무서워하며떨고있다.
거울속의나는어디가서나를어떻게하려는음모를하는중일까.

2
죄를품고식은침상에서잤다. 확실한내꿈에나는결석하였고의족을담은군용장화가내꿈의백지를더렵혀놓았다.

3
나는거울속에있는실내로몰래들어간다. 나를거울에서해방하려고.
그러나거울속의나는침울한얼굴로동시에꼭들어온다. 거울속의나는내게미안한뜻을전한다.
내가그때문에령어되어있드키그도나때문에령어되어떨고있다.

4
내가결석한나의꿈. 내위조가등장하지않는내거울. 무능이라도좋은나의고독의갈망자다.
나는드디어거울속의나에게자살을권하기로결심하였다.
나는그에게시야도없는들창을가리키었다. 그들창은자살만을위한들창이다.
그러나내가자살하지아니하면그가자살할수없음을그는내게가르친다.
거울속의나는불사조에가깝다.

5
내왼편가슴심장의위치를방탄금속으로엄폐하고나는거울속의내왼편가슴을겨누어권총을발사하였다. 탄환은그의왼편가슴을관통하였으나그의심장은바른편에있다.

6
모형심장에서붉은잉크가엎질러졌다. 내가지각한내꿈에서나는극형을받았다.
내꿈을지배하는자는내가아니다. 악수할수조차없는두사람을봉쇄한거대한죄가있다.